한국시론/4월 23일
천안함 보복'과 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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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미가 인양되면서 침몰 원인이 어뢰나 기뢰와 같이 강력한 외부 폭발에 의한 충격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정황상 북한의 공격일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레 확산되고 있다. 물론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어떠한 예단도 금물이다. 하지만 만일 북한의 소행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유엔 안보리 제재가 현실적 


북한의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면, 이는 국가 안보에 대한 치명적인 위해(危害) 행위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군사적 보복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 국제법은 무력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어뢰 공격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지만, 이에 맞서 무력보복을 하는 것은 결국 불법에 또 다른 불법으로 대응하는 결과가 된다. 

무력사용금지 원칙에 예외가 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는 자위권(Self-Defense)행사이고, 둘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집단적 조치이다. 자위권은 무력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 차원에서 즉시 고려되는 조치이다. 이번처럼 공격이 완전히 종료된 상황에서 원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에 이 문제를 회부하여 국제사회의 총의를 모아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법적인 방안일 것이다. 

안보리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는 행위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유엔 헌장에 의거하여 잠정조치(제40조), 비군사적 조치(제41조) 및 군사조치(제42조)를 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잠정조치는 무력공격의 발생 초기에, 군사조치는 무력공격이나 그에 따른 점령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경우에 채택한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는 경제 제재 같은 비군사적 조치가 채택될 확률이 높다. 

안보리 결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이사국과 고도의 정치적, 법적 게임을 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 북한의 공격이라는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더라도 안보리 논의과정에서 몇 가지 국제법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천안함 침몰 해점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우리측 수역이긴 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황해남도 연안 12해리 영해에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NLL을 합법적인 해상 군사분계선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해5도 주변수역의 경계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휴전협정이나 기타 합의에 명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 국제법상 영해 규정을 적용하면, 천안함이 북측 영해를 침범했다고 북측이 주장할 수도 있다. 

둘째는 북한은 천안함이 일상적이고 방어적인 초계 활동이 아니라 북한 영해에서 공격적 훈련이나 작전을 수행했다는 주장을 자신들의 국제법 위반행위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대북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신중한 전략적 대응을 

물론 해안포나 수상함정이 영해 퇴거 경고에 이어 포격을 하는 것과 잠수함 등으로 몰래 어뢰 공격을 하는 것은 달리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벌어지면 자칫 피해자인 우리가 묘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보편적인 국제법 논리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정부의 신중하면서도 전략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소중한 목숨을 조국의 바다에 바친 젊은 병사들의 명복을 거듭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